박찬욱 감독의 변주곡이 시작됐다 - 영화 '아가씨' (종합)

입력 2016-05-03 07:12   수정 2016-05-03 12:14

박찬욱 감독, 7년만의 신작 '아가씨' 개봉 앞둬
충무로 ★ 김민희·하정우·조진웅 가세…신예 김태리도 '주목'




"제가 만든 영화 중 대사가 가장 많고 주인공이 넷이나 되죠. 그만큼 러닝타임이 길지만 깨알 같은 잔재미가 가득한 아기자기한 영화예요. 해피엔딩에 모호한 구석이 없는 영화라 칸 영화제 경쟁(부문) 진출이 믿기지 않네요."

박찬욱 감독의 신작 '아가씨'가 제29회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공식 초청됐다. 작품은 오는 14일 뤼미에르 대극장에서 전 세계 최초 공개될 예정이다.

'올드보이'(2003),'친절한 금자씨'(2005), '박쥐'(2009)까지. 박찬욱 감독은 매번 예측할 수 없는 전개, 매력적인 캐릭터를 중무장한 작품으로 전 세계 영화계에 큰 반향을 일으켜 왔다.

'아가씨'는 할리우드 이후 '스토커' 이후 3년 만의 작품이고 7년 만의 국내 복귀작이다.

그는 '아가씨'를 통해 다른 속내를 지닌 네 명의 캐릭터를 중심으로 엇갈린 목적과 비밀, 사랑과 욕망이 충돌하는 팽팽한 긴장감의 스토리를 완성했다. 전작에서 보여준 박 감독의 모든 장기가 응축된 작품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깔려있다.


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진행된 영화 '아가씨' 제작보고회에서 박찬욱 감독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먼저 칸 영화제 경쟁부문 초청에 대한 소감을 전했다. "예술 영화들이 모이는 칸에서 '아가씨'가 경쟁(부문)에 초정 될지 상상도 못했다. 칸에 어울릴까 싶을 만큼 명쾌하고 해피엔딩이다. 모호한 구석 없는 후련한 영화다."

박 감독은 '아가씨'에서 주력한 부분에 대해 '대사'를 꼽았다. "그동안 만든 영화들은 과묵한 편이었다. 말보다는 행동, 미장센으로 표현해왔다. '아가씨'는 원작이 소설이라 대사들이 재치 있고 의미를 담고 있다. 대사가 제일 많은 영화라는 점은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큰 차이다. 일상의 말투에서 벗어나 시대극에서 할 수밖에 없는 묘미가 있는 대사를 담고 싶었다. 이번이 그 기회라고 생각했다."

박찬욱은 '올드보이' 이후 13년 만에 당시 제작진과 호흡을 하게 됐다. 그는 "임승룡 공동제작자가 당시 현장 일을 하던 프로듀서였다. 그때 이후 처음 만났다. 워낙 서로를 잘 아는 사람이다 보니 좋은 면만 있을 것 같지만 '내 맘 다 알겠지'하는 나태하고 안일한 생각도 한 것 같다"며 우스갯소리를 했다.


박찬욱이 복귀작으로 '아가씨'를 택하게 된 데는 '부인'들의 힘이 컸다. 그는 "임 감독의 와이프가 '핑거스미스'를 읽고 추천을 했다. 아내와 함께 원작을 읽고 차기작을 고심하던 때였다"라고 회상했다.

원작 '핑거스미스'는 레즈비언 역사 스릴러로 큰 화제를 모았던 영국 작가 세라 워터스의 대표작이다. 빅토리아 시대를 배경으로 소매치기의 품에서 자란 아이와 유산 상속을 노리는 사기꾼의 모습을 흥미진진하게 담아냈다.

박 감독은 이를 1930년대 일제강점기의 조선으로 배경을 옮겨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와 그 재산을 노리는 백작, 그와 거래를 하게 된 하녀와 후견인들의 이야기로 매혹적인 스토리를 완성했다.

"원작의 저자인 사라 워터스는 과소평가받아왔다. 모든 작품을 다 읽었는데 훌륭했다. '스토커' 런던 개봉 때 시사회에 초대해 만나기도 했다. 각색한 시나리오를 보여줬더니 '잘 했는데 자신의 작품과는 꽤 다르다며 '인스파이어드 바이(inspired by)'라고 하는 것이 어떻겠냐고 하더라."


영화는 충무로가 사랑하는 배우들로 합을 맞췄다. 하정우, 김민희, 조진웅이다. 전작들에서 관객들에게 독보적인 감정의 전달력을 인정받은 연기자들이다. '거장'은 이들의 그런 힘을 믿었다.

지난해 127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암살'의 하정우는 '아가씨'로 다시 한번 흥행력과 연기력을 입증할 계획이다. 드라마 '시그널'로 여성 시청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조진웅은 18kg 감량, 노인 분장까지 마다하지 않았다.

1930년대의 고혹적인 아가씨로 변신한 김민희는 순진하면서도 예민한 아가씨의 섬세한 내면과 변화를 소화한다. 화려한 비주얼은 이미 '칸'을 매혹시킬 준비가 됐다. 박 감독은 김민희의 연기에 대해 "칸에서 상을 받고도 남을 만한 연기"라고 극찬했다.

15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박찬욱의 새 얼굴로 대중 앞에선 김태리가 복병이다. 박 감독은 "올드보이 때 강혜정과 무척 비슷한 느낌을 받았다"고 했다. 그의 선견지명을 믿어보는 수밖에 없다.

박찬욱 감독은 크랭크인 4개월 전부터 클래식 음악이 담긴 CD를 배우들에게 선물하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하정우는 "영화를 준비하면서 차에서 듣곤 했다. 영화가 이런 분위기로 흘러가겠다는 생각을 했다. 접근할 때 조금은 수월했다"라고 감사 인사를 전했다.

마지막으로 박 감독은 "개봉까지 딱 한 달 남았다. 이 시간 동안 '아가씨'에 대한 관심이 이어져서 전작 이상의 흥행이 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다.

'아가씨'는 1930년대 일제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막대한 재산을 상속받게 된 귀족 아가씨(김민희)와 아가씨의 재산을 노리는 백작(하정우), 백작에게 거래를 제안받은 하녀와(김태리) 아가씨의 후견인(조진웅)의 얽히고설킨 욕망의 사슬을 그린다. 6월 개봉 예정


김예랑 한경닷컴 기자 yesrang@hankyung.com /사진=최혁 기자, 영화 스틸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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